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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린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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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지수 Jisoo 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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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는 혼자 성수동 오브젝트에서 모눈노트를 사왔다. 끝까지 다 쓴 노트 개수로만 따지자면, 벌써 3번째 다이어리를 맞이한 것이다. 무인양품 1일1페이지 노트, 아날로그키퍼 로그북, 그리고 이번 오브젝트 모눈노트.

손으로 쓰는 노트가 내게 필요한 이유는, 나도 모르는새 쌓여있는 내 생각과 감정을 쏟아내기 위함이다. 그렇게 한번 비우고 나면 머리가 더 가볍고,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내가 만약 오랜 시간동안 지쳐있거나 소진되는 이유는, 분명 쓰지 않아서일 것이다.

그런 의미로 손으로 쓰는 다이어리가 있지만 블로그에도 이렇게 에세이를 쓰기 시작한 이유는, 오랜만에 많은 개발자 분들의 블로그를 둘러보고 나도 나에 대해 적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우연히 알게된 이후로 간간이 들어가보는 개발자 분들의 블로그가 있다. 한정수님 블로그, 김정환님 블로그, 문동욱님 블로그, 김재호님 블로그 ,김원희님 블로그 등등. 그외에도 물론 훌륭한 기술적인 주제들을 다루는 블로그가 많지만, 사람스러워서 특히 기억에 남는다.

다소 사적일 수 있는 주제와 진솔한 글이나 생생한 생각들을 읽고 나니, 무언가 마구마구 하고 싶은 마음이 솟아났다. 특히 언제 스스로가 행복한지 알고, 바라는 삶의 모습이 글만 보고도 그려질 정도로 구체적인 점이 인상깊었다. 그 순간들을 일상에서 되풀이하기 위해 삶의 방향을 잡는 것까지.

지속가능한 개발자로 살아가기 위해 고민하는 시간이 기술적인 고민 만큼이나 가치있고, 나아가 그 과정에서 얻은 깨달음을 정리하는 것이 스스로에게도 도움이 되고, 또 다른 사람에게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나는 프로그래밍이 제법 좋은 것 같다. 프로젝트를 하면서 팀원들과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과정도 좋고, 금요일 스쿼드 세션 때 프론트 동료분들과 한주동안 마주한 문제들, 해결 방법에 대한 고민과 실제 구현한 코드를 공유하는 것도 좋고, 더 좋은 해결 방법과 코드를 보면 더 좋다. 다른 사람들이랑 오순도순 모여서 개발하는 것도 재밌다. 개발이라는 공통 관심사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좋다. 매주 일요일 아침 할리스에서 제이든, 릴리, 덴, 박하와 기술적인 고민들과 지식들을 나누는 대화도 좋고, 앞으로의 삶이 전보다 더 흥미로워지는 것 같다.

나 또한 프로그래밍을 앞으로도 계속 해나가고 싶기 때문에, 오히려 개발을 통해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해 생각해보고 뚜렷한 미래상을 그리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앞으로도 소소하게 내 삶을 기록하고, 내가 배운 것들을 정리하고, 내가 느낀 것들을 공유하고, 내가 생각하는 것들을 적어가야지. 사실 이렇게 나를 위해 글쓰는 시간은 그자체로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데, 누군가 나한테 어떻게 스트레스를 관리하냐고 묻는다면 앞으로는 다른 사람들의 좋은 글을 읽고, 나만의 생각과 감정을 담아 진솔하게 글을 쓰는 시간을 갖는 것이라고 해야겠다!

어떤 지식이든지 감정이든지 제대로 인식하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내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식은 그 과정에서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구분되고 모르는 부분에 대해 찾아보면서 학습이 이뤄진다. 감정은 나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도와준다.

어설프더라도 내 글을 쓰고, 내 코드를 적자. 잘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나를 위해 하자. 무언가 몰라도, 못해도 좋아. 앞으로 알게 되고 더 잘하게 될거니까. 그런 날을 기대하며 오늘 좀 더 나은 코드를 생각하고, 꾸준히 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