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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의 논쟁을 보다가 떠오른 상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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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지수 Jisoo 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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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작동 방식에 대한 이견

  • 노블: 유전자가 능동적 주체가 아닌 수단에 불과한 쓰임의 대상이라는 주장

    살아있는 유기체는 유전자를 사용하여 유기체가 필요로 하는 분자를 만들어낸다.

  • 도킨스: 여러 세대를 거치며 생존한 유전자는 오랜 시간 세대를 통해 이어지며 인과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주장

    Genes are active causes!

도킨스 교수는 노블 교수의 주장에 대해 생리학적 관점에서는 동의할 수 있지만, 진화학적 관점에서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한다.

The Argument today is about one paragraph in Dennis's excellent book dance to the tune of life which is a wonderful book except that it's wrong.

논쟁 초반 도킨스 교수가 도입부에서 한 말인데, 상대를 존중하면서도 유쾌하게 자신의 주장을 드러낸다. 이들의 논쟁을 보고 내가 느꼈던 생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격렬했던 논쟁이 마무리될 때 도킨스 교수가 노블 교수에게 사인을 부탁하고, 부탁받은 노블 교수는 진심으로 기분 좋아한다. 누군가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는게 그를 존중하지 않는다는게 아니다. 동의하지 않아도 존중할 수 있다. 존중해야 한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대체적으로 수용하면서 읽는 경향이 있고, 비판적 사고가 부족한 편이다. 또 쉽게 감화되는 경향이 있다. 스터디할 때도 나한테 그런 경향이 있다는걸 느끼게 되었는데, 나는 당연하게 생각하고 받아들이고 있던 것에 의문을 던지는 동료를 보고 놀란 적이 많다.

나는 일단 받아는 들인다. 계속 들일지 말지가 문제일 뿐. 내가 납득되지 않는다면 내보낸다. 내가 이해하고 스스로 설득이 되어야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나는 지금 내 주장만을 고수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다른 사람으로 인해 내 생각의 변화가 나타나는 순간이 즐겁다. 과거엔 내가 90% 이상 확신하는 주장이 타인을 설득하지 못할 땐 제법 좌절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내 안에도 10%의 불확실함이 있음을 인지하고, 나에게 10%인 것이 다른 사람에게 90%일 수도 있구나 생각한다.

요즘은 동료가 작성한 코드가 내 코드라고 생각하고 리뷰에 임한다. 같은 레포를 공유한다면 우리의 코드이지, 내 코드 혹은 남의 코드로 구분할 수 없다는걸 느낀다. 누가 작성한 코드이든 우리에게 필요한 코드이고, 지금 당장이든 미래든 원치 않는 결과를 야기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서로 확인하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것이다.

그리고 프로그래밍 분야가 특히나 문제 해결 방법을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문화를 가진 이유도 결국은 모두가 잘하면 잘할수록 이롭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경쟁 환경이 아닌 협력 환경에서 더 훌륭한 성과를 내는 경향이 있는 나로서는, 이런 문화가 좋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런 환경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생각을 주고 받고, 존중하고 존중받으며 일하고 싶다.